자립생활 자료실

[투쟁결의문] 인간다운 삶을 위한 비폭력 저항, 삭발을 합니다 / 김운용

기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22. 10. 11. 13:54

103차 삭발결의자 김운용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매일 아침 8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김운용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삭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안녕하세요. 대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김운용입니다. 시인이자 글 쓰는 작가기도 합니다.

화가 납니다. 이 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없애려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거주시설에서 장애인이 맞아서 죽어가고 있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삶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일가족 모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이 국가가 무책임해서 시작된 비극입니다.

김운용 활동가가 삭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삭발 중인 김운용 활동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2012년, 우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걸고 광화문 역사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5년 동안 투쟁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야당 정권으로 교체됐고, 미흡하지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일부 폐지됐습니다. 탈시설로드맵도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랐던 세상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년 후, 다시 보수정권으로 넘어가고 우리는 암울하고 퇴행적인 역사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광화문 농성과 투쟁으로 만든 정책들이 무너지고 장애인권리예산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매일 지하철에서 시민들의 욕을 들으며 투쟁하는 것이었습니다.

삭발을 마친 김운용 활동가가 목에는 사다리를 걸친 채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그의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지지발언 중인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고개를 돌려 김운용 활동가와 눈을 맞추고 있다. 사진 이슬하
배재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우리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사람으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추경호 장관에게 요구합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을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해서 장애인이 살아갈 희망을 주시기를 요구합니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특히 재난 상황에 제일 먼저 죽어가는 사람이 장애인입니다. 장애인도 시민입니다. 안전하게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무엇을 하는지 장애인이 죽어가도록 방치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화가 납니다.

나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가난합니다. 불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한 장애인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외치는 권리고 투쟁입니다.

며칠 고민한 끝에 삭발을 결의합니다. 동지 여러분, 가열찬 투쟁으로 장애인권리예산 확보하고 장애인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봅시다. 투쟁!

김운용 활동가가 주먹을 높이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이슬하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지하철 안 김운용 활동가의 모습. 사진 이슬하

 

비마이너 beminor@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