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자료실

[투쟁결의문] 지하철 투쟁을 그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 소형민

기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22. 10. 12. 12:57

111차 삭발결의자 소형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매일 아침 8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발달장애인 활동가들이 제작한 스티커가 삼각지역 벽면에 붙어 있다. 스티커에는 ‘발달장애인이 나서서 세상을 바꾸자! 들어 봐! 내가 좀 말할게’, ‘차별 x’, ‘나는 먼저 사람이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삭발 전 소형민 활동가의 모습. 사진 하민지

안녕하세요.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권리옹호 활동을 하는 소형민입니다.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차별받는 장애인이 한국에서 얼마나 살기 힘든지 큰 목소리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 나라는 장애인을 나약하고, 힘없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며 차별하는 겁니까? 우리도 공부하고 배우며, 밖에 나가서 일하고 돈을 벌며 생활하는 이 나라 국민입니다. 우리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걸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유롭게 이동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길 바라고, 나의 삶을 내가 선택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할 뿐입니다.

행복추구권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고통이 없는 상태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는 권리입니다. 장애인이 이곳에 와서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지켜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소형민 활동가 오른쪽에 ‘더이상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가두지 말라 서울피플퍼스트’라고 적힌 피켓이 있다. 사진 하민지
소형민 활동가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이 일을 못 한다는 건 편견입니다. 느리다고 해서, 업무에 방해된다고 해서 해고되는 건 부당합니다. 우리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하고,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일을 하려면 이동의 자유가 있어야 하고 활동지원사나 근로지원인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장애인권리예산을 줄였습니다. 장애인에게서 이동의 권리를 빼앗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아 차별받고 가난하게 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힘을 모아 이것들을 바꿔 달라고 이 자리에 나온 것입니다.

최저시급도 안 주고, 일자리도 빼앗아 가면 장애인이 이 세상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사회의 지원이 부족해 뉴스에 우리 같은 장애인과 장애인의 가족이 죽는다는 기사가 많이 뜹니다. 그래서 장애인권리예산을 세우고 지원해주어야 하는데 왜 이것마저도 빼앗아 갑니까?

소형민 활동가가 삭발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잘린 머리카락이 소형민 활동가 얼굴 위에 흩어져 있다. 사진 하민지

정부는 이런 우리 이야기를 묵살하고, 정치인은 우리 투쟁을 비웃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차별하고 살기 어렵게 만드는 세상이, 정부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투쟁하면서 시민과 반복적으로 갈등하는 것이 싫습니다. 지하철 투쟁도 그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장애인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머리를 미는 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 시민에게 알리고 관심을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들은 장애인을 늘 약한 존재로 보고 아무것도 못 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약하지 않고 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의 마음이 지나가는 시민에게도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투쟁’을 외치는 소형민 활동가. 사진 하민지
삭발을 마친 후 이마에 띠를 두른 소형민 활동가의 모습. 사진 하민지

정부는 장애인권리예산 줄이지 말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십시오!

장애는 놀림거리가 아니다! 장애인을 무시하지 마라!

우리는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삭발투쟁결의식에 참여한 활동가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비마이너 beminor@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