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자료실

[투쟁결의문] 오늘 아침에도 지체된 장애인 이동권 / 이종민

기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22. 11. 2. 12:16

129차 삭발결의자 이종민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매일 아침 8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이종민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삭발에 앞서 손으로 볼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사진 복건우

안녕하세요.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종민이라고 합니다.

저는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기나긴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건 오랜 시간 같이 일해 온 장애인 동료들을 위해서입니다.

27일 아침 8시 삼각지역 승강장 앞, 이종민 활동가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삭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사진 왼쪽)이 바리캉으로 이종민 활동가의 머리를 밀고 있다. 사진 복건우

시민 여러분, 출근길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저를 비롯해 이 자리에 모인 동료들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무겁습니다. 버스, 지하철, 택시, 비장애인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당장 제가 사는 송파구에서 이곳 삼각지역으로 오는 길에도 저는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동작역 승강기가 고장이 나서 서울역을 경유해 20분 정도 돌아와야 했거든요.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오늘 아침에는 참 길게 느껴졌습니다.

삭발 중인 이종민 활동가의 뒷머리가 잘려나가고 있다. 사진 복건우

어떤 분들은 말합니다. 장애인 권리가 많이 개선되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한번 이동하려면 장애인콜택시를 무한정 기다려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에서는 리프트를 타거나 먼 길을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정말 큰마음을 먹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38년 인생 처음으로 머리를 깎습니다. 2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투쟁합니다. 제가 아침 삭발 투쟁의 마지막 주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러니 국가는 조속히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주십시오. 장애인권리예산을 책임져 주십시오.

삭발을 마친 이종민 활동가가 혜화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사진 복건우
이날 삼각지역 승강장에는 아침 삭발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늘 일상에 쫓겨 인사도 못 드리고 바삐 지나갔지만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적힌 메모지와 함께 커피와 음료수를 선물했다. 사진 복건우

 

비마이너 beminor@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