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38차 출근길 투쟁 후 여의도 T4철폐농성장 집결
장애인권리예산 무시하는 윤 정부와 국힘 규탄
“조규홍이 복지부 장관 되면 대한민국 복지는 죽을 것”
국힘 당사로 행진… 경찰 진압으로 활동가 손가락 골절

오전에 38차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마친 장애인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이들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장애인예산을 ‘깡통예산’이라 불렀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전개하며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이 결국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국회 몫이다. 장애인들은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를 향해 “정부가 깎은 1조 5천억 원을 국회에서 편성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에 따라 면담요구안을 각 원내 정당에 발송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만 응답이 없다.
권성동 국회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은 장애인들의 요구는 외면하면서 페이스북 등에 지하철 시위를 비난하는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또한 2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지하철 시위를 “불법행위”라 규정하며, 장애인이 수십 번 제출한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또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8일 오후 4시 30분, 국회 앞 장애인권리예산·권리입법쟁취 한국판 T4 철폐 농성장(아래 T4철폐농성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국회가 장애인권리예산과 권리입법을 책임져라”라고 요구했다. 또한 “조규홍 복지부 제1차관이 장관이 되면 대한민국 복지는 죽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 “국민의힘은 장애인권리예산에 응답하라”… 경찰 과잉진압으로 활동가 손가락 골절
정부는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결국 폐기했다. 활동지원서비스 예산 1조 2천억 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2500억 원을 증액하는 데 그쳤다. 탈시설은 27억 원 증액했으면서 장애인거주시설엔 156억 원을 더 퍼부었다. 이렇게 편성된 정부 예산은 전장연 요구안보다 1조 5천억 원이 부족하다.
장애계의 오랜 투쟁 끝에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국비가 편성됐다. 전장연은 인건비 등을 합쳐 1610억 원을 요구했지만 윤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고작 237억 원이다. 차량 1대당 1년간의 운영비를 1900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총 5천 대 운영비의 절반만 국고로, 그것도 6개월만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영봉 포천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특별교통수단을 확대하라고 21년을 투쟁했는데 고작 237억 원이 떨어졌다. 이마저도 6개월짜리 비용”이라며 “영빈관 짓는 데는 878억 원이나 쓰면서 장애인 70만 명(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 수) 쓸 특별교통수단에는 237억 원이라니, 너무 화가 나서 욕하고 싶다”고 성토했다. 그러자 “대통령도 욕하는데 욕 좀 하면 어떠냐”는 환호와 지지가 쏟아졌다.
이영봉 소장의 말대로,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실 영빈관(국빈을 접대하는 곳) 신축 사업계획안을 3일만에 통과시키며 예산 878억 원을 편성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예산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장애인권리예산을 10개월 가까이 외면 중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조규홍 후보자에 대한 규탄도 쏟아졌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하철 시위에 대해 불법이라고 운운하고 있다. 복지부 장관이 되겠다고 나섰으면 장애인이 매일 삭발하고, 38번이나 출근길 투쟁을 한 이유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심사해 수정을 거친 뒤 12월 초에 의결하면 확정된다. 국회의 시간이 두 달 정도 남은 것이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깡통이 된 장애인권리예산을 이제 국회가 책임져야 한다. 국회의원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제발 응답하라”고 절실히 호소했다.

이에 따라 전장연은 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쟁취를 위한 농성장을 T4철폐농성장으로 변경하고, 장애인권리예산과 탈시설지원법 등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투쟁을 강경하게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결의대회 후 면담요구안에 대한 확답을 받기 위해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행진했다. 그러나 경찰 수십 명이 활동가들을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한 활동가는 경찰로 인해 새끼손가락이 부러졌으며 이외에도 다수의 활동가가 부상을 당해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전장연은 경찰 과잉진압으로 인한 부상 상황을 취합 중이다.


하민지 기자 abc@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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