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자료실

진단서·처방전, 점자화나 음성지원 필요하다

기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24. 4. 5. 10:45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크고 작게 아픈 데가 있으면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나면 언제나 처방전이 따른다.

한편 의료급여를 비롯한 보건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때때로 진단서가 필요하다. 이렇게 처방전 또는 진단서 발급이 필요한 때에 시각장애인은 늘 난감하다.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라며 건네주는 종이에 도대체 무슨 정보가 담겼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필자는 기침이 나고 미열에 복통이 있어 병원 진료를 보았다. 의사는 인후염 증상에 쓰이는 가글과 소화제, 진통제를 처방했고 간호사는 이러한 내용을 종이에 출력해주었다. 그런데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니 적힌 내용에 가글이 없다고 했다. 처방전이 점자로 되어있어 필자가 읽었다면 약국에 갔다가 다시 병원에 가려고 계단을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점자나 음성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는 것은 처방전만 아니라 진단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진단서는 보험뿐만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 등급 변경 같은 정부 정책에도 관련되어 있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발급 전에 진단서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원동에 있는 대형 병원은 필자에게 진단서를 뽑아줄 때마다 내용 확인을 요청하지만 점자가 아니라서 볼 수 없으니 늘 답답하다.

시각장애인도 자기 건강에 관련한 사항을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 약 8년 전 시각장애인 단체가 진료기록 점자화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여 인권위가 이를 받아들인 적이 있다.

어쩌면 처방전과 진단서는 진료기록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서류다. 시각장애인이 자기가 먹을 약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처방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활동지원사에게 내용을 읽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개인의 의료정보가 노출되는 위험이 있다.

진단서를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점자나 음성으로 제공하여 내용을 읽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방전과 진단서는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제 이러한 서류를 시각장애인도 읽을 수 있게 하여 시각장애인이 자기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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